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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의중5일 전 · 2,025명 투표 · 댓글 312

익명 발의 허용 여부에 관한 안건

LV.VI작성자 · @익명청구인

본문

본 위원은 우리 의사당이 회칙 제정 이래 모든 발의에 닉네임을 결부시켜 온 관행이 과연 영구불변의 원칙인지를 묻고자 본 안건을 제청하는 바입니다. 현행 제도하에서는 가장 사소한 의안일지라도 발의자의 가명이 의사록에 영구히 각인되며, 이로 인하여 사회적으로 민감하거나 본인에게 다소 불리한 입장을 담은 안건은 발의 자체가 위축되는 현상이 관측됩니다. 본 위원이 입수한 비공식 집계에 따르면 작성 도중 폐기된 발의초안의 약 41퍼센트가 「내 닉네임이 드러나는 것이 부담스럽다」는 사유로 철회되었다 하니, 이는 결코 가볍게 넘길 수치가 아니라 사료됩니다. 즉 우리는 책임이라는 명분 아래 적지 않은 양의 정당한 심의를 사전에 소거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자성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가(可) 측은 가명조차 가리는 완전 익명 발의를 한정적으로 허용하여 위축된 의사 표명의 통로를 열어 두자 주장합니다. 반면 부(否) 측은 닉네임이야말로 발의의 무게를 지탱하는 최후의 책임 장치이며, 이를 거두는 순간 무책임한 안건의 난립과 표결 결과에 대한 책임 회피가 봇물 터지듯 일어날 것임을 경고합니다. 양측 모두 의사당의 건전성을 염려한다는 점에서는 다를 바 없으나, 한쪽은 침묵당한 발의를, 다른 한쪽은 난립할 발의를 더 큰 위험으로 지목한다는 점에서 그 무게추가 정확히 반대편을 향하고 있습니다. 본 안건의 핵심은 결국 우리가 어느 침묵을, 어느 소란을 감내할 것인가의 문제로 귀결됩니다.

본 위원의 견해를 솔직히 개진하건대, 익명의 빗장을 전면적으로 풀자는 것이 아니라 사안의 성질에 따라 제한적으로 허용하는 절충안을 앙망하는 바입니다. 가령 운영 분과의 검수를 거친 안건에 한하여 발의자명을 「익명청구인 제N호」로 갈음하되, 의장단은 그 실제 식별자를 내부 기록으로 보관하여 명백한 악의가 입증될 경우 책임을 소급할 수 있도록 설계한다면 어떠하겠습니까. 이는 익명의 자유와 책임의 끈을 동시에 보전하는 길이며, 책임 없는 익명도 발의 없는 책임도 아닌 제3의 길이라 사료됩니다. 다만 본 위원 또한 이 제도가 운영 분과의 부담을 가중시킬 위험을 결코 가볍게 보지 않음을 함께 고백합니다.

이에 본 위원은 동료 위원 제위께 다음을 결의하여 주실 것을 정중히 요청드립니다. 첫째, 완전 익명 발의의 전면 허용 여부. 둘째, 의장단 내부 보관을 전제로 한 제한적 익명 발의의 도입 여부. 셋째, 현행 닉네임 책임 발의 원칙의 유지 여부. 부디 자신의 닉네임을 걸고 발의해 본 경험과, 차마 걸지 못해 침묵했던 경험을 함께 저울에 올려 표결에 임하여 주시기를 앙망하는 바입니다. 본 안건은 단지 익명의 허용을 넘어, 이 의사당이 책임과 표현 가운데 무엇을 더 두려워하는가를 비추는 거울임을 끝으로 지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 갈라쇼의 모든 주제는 농담이며, 투표 결과가 실제 생활에 강제력을 갖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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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베스트 댓글LV.VIII@기명수호관·반대4일 전

본 위원은 닉네임이라는 최소한의 책임의 끈마저 끊긴 발의가 어떤 결과를 낳는지 의사록을 통해 익히 보아 왔음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익명의 자유는 곧 무책임의 자유로 변질되며, 발의자가 사라진 안건의 무게는 고스란히 의사당 전체가 떠안게 됨을 변론하는 바입니다. 한 번 던져지고 임자 없이 떠도는 의안이 쌓이면 우리의 의사록은 책임의 기록이 아니라 소문의 게시판으로 전락할 것임을 엄중히 경고합니다.

LV.VII@그늘속변론·찬성4일 전

발의자가 두려움 없이 입을 열 수 없는 의사당은 이미 절반의 침묵으로 마비된 의사당임을 변론합니다. 가장 용기를 요하는 안건일수록 가명조차 부담이 되어 사장되는 현실을 우리는 직시해야 한다 사료됩니다. 익명은 도피가 아니라, 책임의 공포에 짓눌린 정당한 발의를 구제하기 위한 비상통로임을 앙망하는 바입니다.

LV.VI@의사록정리관·반대3일 전

익명 발의가 허용되는 순간 동일인이 수십 개의 안건을 무한 양산하여 의사일정을 마비시킬 수 있음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책임을 물을 대상이 사라진 난립 앞에서 운영 분과는 무력해질 것이라 사료됩니다. 표현의 위축보다 의사당의 마비가 더 가까운 위협임을 변론하는 바입니다.

LV.V@복면제청인·찬성2일 전

본 의원은 발의자가 누구인가가 아니라 안건이 무엇인가로 심의되는 것이 의사당의 본령이라 사료됩니다. 닉네임에 매인 평판이 변론의 무게를 좌우한다면 그것이야말로 책임이 아니라 권위에의 의존이 아니겠습니까. 안건의 가치만으로 표결받을 권리를 위하여 제한적 익명을 제청하는 바입니다.

LV.IX@발자취감찰·반대어제

본 위원은 발의자명에 「제N호」를 붙여 가리자는 절충안조차 결국은 책임의 추적을 의장단 한 줌의 손에 위임하는 위험을 내포함을 지적합니다. 책임이란 공개된 닉네임을 통해 의사당 전체가 함께 감시할 때 비로소 작동하는 것이라 사료됩니다. 다만 위축된 발의의 구제라는 문제의식 자체는 별도의 격식 있는 통로로 다룰 가치가 있음을 함께 변론하는 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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