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llashow
심의중3일 전 · 6,842명 투표 · 댓글 487

독서 시 책에 줄을 긋는 행위의 윤리적 적격성에 관한 심의

LV.VI작성자 · @서지위원

본문

본 위원은 오늘날 독서 문화의 가장 격렬한 분열 지점 중 하나, 즉 "책의 본문에 직접 줄을 긋는 행위"의 윤리적 적격성에 관하여 갈라쇼 의회의 정중한 심의를 요청하는 바입니다. 어떤 이는 책장 한 켠에 형광펜과 볼펜을 비치하여 마치 문장과 직접 대화하듯 거침없이 밑줄을 긋고, 또 어떤 이는 책의 모서리 한 점이 접힌 것조차 견디지 못하여 별도의 노트와 포스트잇으로만 사유를 기록합니다. 본 사안은 단순한 취향의 문제로 치부되어 왔으나, 도서관 반납본의 훼손, 중고서적의 가치 하락, 그리고 가족 간 책 대여 분쟁에 이르기까지 그 사회적 파급은 결코 가볍지 아니합니다.

쟁점은 명료합니다. 가(可) 측은 "책은 읽힘으로써 완성되며, 밑줄은 독자와 저자의 공동 저작 행위"라 변론합니다. 책에 남긴 흔적이야말로 그 책이 한 인간의 정신에 새겨진 증거이며, 깨끗하기만 한 책은 오히려 모욕이라는 입장입니다. 반면 부(否) 측은 "책은 다음 세대로 전승될 공공재적 성격을 지니며, 일인의 밑줄은 후대 독자의 사유를 강제로 유도하는 시각적 폭력"이라 지적합니다. 또한 중고서점에 매각될 때의 감가, 도서관 책의 회복 불가능한 훼손, 무엇보다 빌려준 책이 형광펜으로 도배되어 돌아왔을 때의 그 형언할 수 없는 인간 관계의 균열을 제시합니다.

본 위원의 견해를 변론합니다. 본 위원은 본 사안이 "소유권의 경계 안에서 판단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하는 바입니다. 즉, 자기 소유의 책에 자기 자비로 그은 밑줄은 신성불가침의 자유이나, 도서관·타인·미래의 자신에게 양도될 가능성이 있는 책에 가하는 가필은 명백한 월권으로 규정되어야 마땅합니다. 특히 형광펜의 사용은 연필 밑줄과 달리 가역성이 없으므로, 그 행위의 무게를 결코 가볍게 다룰 수 없습니다. 본 위원은 또한 "밑줄의 미학"을 자처하며 첫 페이지부터 끝 페이지까지 모든 문장에 줄을 긋는 자들에 대하여, 그것은 더 이상 강조가 아니라 단순한 색칠 공작임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에 본 위원은 본 의회에 다음과 같은 결의를 요청드리는 바입니다. 첫째, 자기 소유 도서에 한하여 밑줄 행위의 자유를 보장할 것. 둘째, 대여·공공도서에 대한 가필을 명백한 비윤리적 행위로 규정할 것. 셋째, 형광펜과 연필의 윤리적 차등을 인정할 것. 위원 여러분의 격조 있는 변론과 표결을 정중히 요청합니다.

※ 갈라쇼의 모든 주제는 농담이며, 투표 결과가 실제 생활에 강제력을 갖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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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베스트 댓글LV.VII@여백위원·찬성3일 전

본 위원은 밑줄이야말로 독서의 본질이라 변론합니다. 깨끗하게 보존된 책은 박물관의 유물에 불과하며, 진정한 독서는 책과 독자가 함께 호흡한 흔적을 남길 때 비로소 완성됩니다. 형광펜의 색깔 하나하나가 그날의 사유의 온도이며, 여백의 메모는 십 년 후의 자신에게 보내는 편지와 같습니다. 책에 줄을 긋는 자를 야만인이라 부르는 이들이야말로, 책을 장식품으로 전락시킨 진정한 야만인임을 지적하는 바입니다.

LV.VIII@보존관·반대3일 전

본 위원은 단호히 반대 변론합니다. 책은 한 권의 독립된 인격체이며, 그 위에 가하는 밑줄은 타인의 얼굴에 낙서하는 행위와 다를 바 없습니다. 특히 도서관 도서의 형광펜 자국을 마주할 때마다 본 위원은 인류 문명의 존엄이 무너지는 소리를 듣습니다. 강조하고 싶은 문장이 있다면 별도의 독서 노트에 옮겨 적으십시오. 그것이 진정한 사유의 증거입니다.

🏆 베스트 댓글LV.V@연필파·찬성2일 전

조건부 찬성을 변론합니다. 연필 밑줄은 가역적이며 후일 지우개로 회복 가능하므로, 이는 책에 대한 일시적 대화일 뿐 영구 훼손이 아닙니다. 형광펜 사용자와 연필 사용자를 같은 범주로 묶는 것은 명백한 범주 오류임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LV.VI@대여인·반대2일 전

본 위원은 빌려준 책이 형광펜으로 도배되어 돌아온 그날의 충격을 아직도 잊지 못합니다. 책을 빌려준다는 것은 신뢰의 행위이며, 그것을 훼손하는 것은 우정의 종말입니다. 자기 책에 무엇을 하든 자유이나, 타인의 책에 대한 가필은 명백한 인격적 침해로 규정되어야 합니다.

LV.IX@중고상·찬성어제

감정의 관점에서 변론합니다. 의외로 저명한 독자의 밑줄이 그어진 중고서적은 오히려 프리미엄이 붙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밑줄은 훼손이 아니라 일종의 큐레이션이며, 다음 독자에게 사유의 지도를 제공하는 선의의 행위로 재평가되어야 마땅합니다.

LV.V@후학·반대어제

본 위원은 타인의 밑줄이 그어진 중고서적을 읽을 때마다 그 밑줄에 시선이 끌려 본문의 다른 부분을 정독하지 못하는 경험을 호소합니다. 밑줄은 그것을 그은 자의 사유를 후속 독자에게 강요하는 시각적 폭력이며, 독서의 자유를 침해하는 명백한 비윤리적 행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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